헤이코조, heycoso!

취리히 근교 하이킹, Lägern (2.5시간 하이킹 코스: 레겐스베르그 - Boppelsen) 본문

여행

취리히 근교 하이킹, Lägern (2.5시간 하이킹 코스: 레겐스베르그 - Boppelsen)

헤이코조 2020. 3. 14. 04:36

취리히 근처에서 3월에 하이킹 하기, Lagern 856m

 

Lagern

★★★★☆ · 산봉우리 · 8112 Otelfingen

www.google.com

소요시간: 레겐스베르그 -> Lagern 정상 1시간, Lagern 정상 -> Boppelsen 1.5 시간 (쉬는 시간 포함)  

레겐스베르그를 둘러본 후 마을 입구에서 언덕 쪽으로 직진하다 보니 낯익은 하이킹 안내판이 보인다. 

일전에 편평한 산등성이를 따라 하이킹 할수 있다고 들었던 낯익은 산 이름 Lagern 이 레스토랑 표시와 함께 적혀 있어, 주저 없이 목적지로 선택했다. 걷다가 뒤를 돌아 보니, 저 멀리 동화마을이 또 내 시선을 붙잡는다 :)

스위스는 나라 전체에 걸쳐 이런 하이킹 일정표가 감탄스러울 정도로 잘 되어 있다. 덕분에 새로운 곳에 가도 약간의 정보만 있으면 (하이킹 패스가 열렸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겨울 하이킹의 경우 눈사태 때문에 닫히는 경우가 많다) 하이킹을 시도해볼 수 있다. 이런 즉흥적인 하이킹은 늘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조금 걷다가 방향이 헷갈릴즈음 아니나 다를까 반가운 표지판이 또나타났다 :)

아스팔트 길을 걷다가 옆으로 좁다랗게 난 이 흙길로 가라고 하니 예감이 좋았다. 흙길로 들어서 걷다보니 길 양옆에 자그맣고 예쁜 야생화가 한가득이다. 

야생화와 함께하는 흙길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흙길을 통과하고 나니 탁 트인 초록 언덕이 나타났고, 저어기 초록색 벤치도 보였다. 스위스 하이킹을 하다보면 벤치가 종종 나타나는데, 많은 경우 벤치에 앉으면 감탄스러운 풍경을 볼 수 있다. 이 벤치도 예외는 아니었다. 저 멀리 나무에 둘러싸인 동화마을이 한눈에 담긴다. 좋다. 

한참을 앉아 있다가 다시 또 걷는다. 탁트인 길이 이어진다.  

이후 정상까지 대부분은 숲속에서 혼자 걸었다. 심하지 않은 경사의 오르막이 이어졌는데 간만에 느끼는 두근두근 하는 심장박동이 좋았다. 고요하고 평화롭고 행복했다. 

길은 계속 이어지고, 간간히 나를 안도시켜주는 노란색 안내 마크들도 나타났다. 

직선길이 대부분 이었지만, 종종 갈림길도 있었다. 많은 경우 탄탄히 닦여진 쪽을 선택하면 맞는 길이고, 사람 발길이 덜 닿은 흙길은 산악 바이커들이 다니는 길이다. 이런 갈림길이 나타날때면 나는 덜 닦여진 흙길로 가보고 싶은 충동이 종종 들지만 위험을 감수하기 귀찮아 '맞는'길을 가기를 선택한다. 현재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내 상황과 잘 맞물려서 일까. 이런 하이킹의 고민이 우리의 인생을 잘 투영하는것 같다. 재미있어 보이는 일은 많지만 안전해 보이는 길은 정해져 있다. 재미 있고는 싶은데 위험을 무릅쓰기는 싫다. 얻는게 있으면 잃는게 있다.    

갈림길에서 몇 번의 선택을 하고 나니 정상이 보인다. 이런 동네산 정상에 레스토랑이 있을까 반신반의 했는데 정말로 있었다. 카푸치노 한잔이 간절했으나 아쉽게도 공사중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않게 전망대가 있어 저 멀리 켜켜이 쌓인 알프스산을 배경으로 스위스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 

안내판에 따르면 저 멀리 리기산도 있고, 티틀리스로 보인단다. 하지만 그림을 보고 실제 봉우리를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잠시 쉬다가 다시 노란 안내판을 보고 가장 가까운 마을인 Boppelsen 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하산길 초엽부터 잘 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좁은 흙길이 맘에 든다. 길 옆으로는 탁 트여 있어 정상에서 본 산아래 풍경이 계속 따라온다. 

산 아래는 봄이 이만큼 다가왔는데, 정상 근처는 아직 나무들이 앙상하다. 

중간중간 나타난 노란 마크를 따라 가파른 흙길을 열심히 걷다 보니, 저기 낯익은 아스팔트 길이 다시 나타난다. 

반갑다,Boppelsen! 마을로 내려오니 다시 봄이 느껴진다. 

처음 와보는 동네지만 낯설지가 않다.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여느 스위스의 작은 마을 같다. 

이런 친근한 인상을 주는데는 스위스 어느 동네를 가도 보이는 귀여운 Erdmannli 들이 한 몫 한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