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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 근교 반일 여행, 동화같은 중세마을 레겐스베르그 (Regensberg)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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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 근교 반일 여행, 동화같은 중세마을 레겐스베르그 (Regensberg)

헤이코조 2020. 3. 13. 19:27

스위스 여행 중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누리고 싶다면 여기, 레겐스베르그 

취리히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보석같은 마을을 찾았다. 레겐스베르그 (Regensberg) 라는 아주 작은 마을인데 중세시대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는 아기자기한 곳이다. 

가는법: 중앙역 (Zurich HB) 에서 Regensberg, Dorf 행 티켓을 사서 (편도로 4.4 프랑 2시간 유효한 티켓을 살수 있고, 8.8프랑이면 1일권 구매 가능하기 때문에 나는 1일권을 샀다), 기차 (S반)로 Dielsdorf 까지 간 후 593번 버스로 갈아탄 뒤 Regensberg, Dorf 에서 내린다 (SBB 앱에서 시키는대로 간다)

Dorf에 내려서 2-3분 정도 걸으면 마을 입구가 보인다. 

레겐스베르그 마을 입구. 양 옆으로 레스토랑이 몇몇 있다.

여기서 앞으로 조금 더 걸어가면 벽에 오래돼보이는 비석 같은것이 붙어 있는데, 중세시대 레겐스베르그 성주 무덤 석판의 복사본 이라고 한다.

이 석판을 지나 걸으면 저 앞에 벤치가 보인다. 벤치에서 보이는 풍경, 바람, 새소리, 고요함, 풀냄새 모든 것이 완벽해서 한참을 앉아 있었더랬다.

벤치 뒤로 보이는 터널이 인상 깊다. 왼쪽의 큰 터널은 마차를 위한 것이고 오른쪽에 작은 사각 터널은 행인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터널 자체는 중세시대부터 유지된 것인데, 이것을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은 깔끔한 현대 식으로 지어졌다. 두 시대의 건축이 조화롭게 이어져 있다. 나는 터널을 지나지 않고 저기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고 구름을 관찰했다. 

스위스 하면 알프스, 눈덮인 산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인데, 나는 이런 스위스의 언덕이 참 정겹다. 저 멀리 켜켜이 쌓인 눈덮인 알프스가 이 초록 풍경을 더할나위 없이 완벽하게 만들어준다. 한참을 앉아있다가 다시 터널 쪽으로 걸어본다. 

 이 좁은 행인통로 바로 옆에는 레스토랑으로 보이는데 문이 열려 있지는 않았다. (내가 갔던 시각은 평일 오전 11시 반 쯤) 이 통로를 지나면 작은 마을 광장 같은 것이 나온다.

눈에 띄는 것 중에 이 돌로 만들어진 분수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보던 것들 보다 조금은 큰 듯 하다. 여기서 중세시대 꼬마들이 목욕도 하고, 또 중요하게는 불이 났을때 물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 눈에 띄는 것은 진한 컬러의 나무 패턴으로 장식된 건물 양식이다. 

취리히 근처 지역에서 인기 있던 건축 양식 이라고 하는데, 익숙해 보인다. 벌써 완연한 봄이 되어 여기 저기 봄꽃이 한가득이다. 이 작은 광장을 지나 좀 더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교회가 보인다. 화려하지 않아서 좋다. 여기서 걷다가 뒤를 돌아 보니 자그마한 광장이 또 한눈에 들어온다. 

교회를 지나면 마지막으로 마을의 상징과 같은 둥근 탑이 나온다. 이 탑 내부에 작은 박물관이 있지만 나는 관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박물관 입구에 있는 안내판에서 이 마을의 원형을 그림으로나마 볼수 있었다. 정말 동화같다.  

탑 근처에서 보면 특유의 지붕 양식을 자세히 볼 수 있다. 이 동네에서 새로 건물을 지을 때 이러한 지붕 양식을 지켜야 하는 규율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규율 때문에 유럽의 많은 도시들이 옛모습을 지키고 아름답게 남아있을 수 있는 거겠지. 

저 왼쪽 귀퉁이에 보이는 노천 카페에서 점심이나 커피를 마셨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아쉽게도 영업중이 아니었다. 여기서 또 한참 초록 언덕과 구름을 관찰하다가 이제 내려가 보기로 한다. 신기하게도 이 작은 마을에, 관광객도 없는 곳에 공동화장실이 있다. 그것도 무료. 

 화장실을 나와 아까 들어왔던 터널 쪽으로 나가려는데, 귀여운 강아지가 앞서 간다. 

터널을 나와 다시 마을 입구 쪽으로 쭉 걸어갔다. 그냥 돌아가기에 너무 아쉬워 하이킹 푯말을 따라 언덕 쪽으로 걸었다. 걷다보니 마을이 저 위에 그림처럼 한눈에 보이는 이런 선물같은 뷰가 나타난다. 

총평: 눈덮인 알프스 산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마음의 평화를 찾고 싶을때마다 생각날 것 같은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