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단식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단식의 진짜 효능이 '다이어트' 라는 단편적인 효과에 가려져 있다, 단식이후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6 단계의 변화

The 5 Stages of Intermittent Fasting - LIFE Apps | LIVE and LEARN

지인이 16:8 간헐적 단식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구글링을 하다가 우연히 찾아낸 이 정보 때문에, 나도 간헐적 단식을 2일 째 실천하고 있다 :) 한국에서 '간헐적 단식' 이라는 키워드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평소 운동, 영양,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당연히 관련 뉴스 기사나 다큐를 몇편 본 기억이 있다. 전반적으로 내가 이전에 접했던 정보들은 다이어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간헐적 단식의 주창자로 알려진 1일1식을 하던 일본 아저씨 (이름이고 직업이고 기억이 안나지만 50댄대 40대 초반 정도로 보였던건 기억이 난다)의 경우 몸매 관리에 더불어 젊은 피부와 몸상태를 자랑했던것도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당시 나의 관심은 주로 다이어트에 있었고, 단식의 '회춘' 효과는 크게 내 머릿속에 각인되지 않았다 (그때 나는 충분히 젊었으니까)

이게 벌써 5년도 더 된 일인데, 지금 다시 간헐적 단식에 대해 정보를 찾다보니, 이거 안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팔랑귀) 위에 링크되어 있는 글을 바탕으로 단식을 할때 우리 몸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조금은 과학적인 면에서 정리해보려고 한다.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우리몸을 구성하는 세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간단히 알아야 한다. 세포의 활동은 세포내에서 신호 전달을 담당하는 단백질에 의해 조절되는데, 이 단백질은 유전자 (Gene) 로부터 합성된다. 특정 단백질 합성은 늘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유전자가 '활성' 상태일 경우에만 일어나게 되어 신호 전달에 관여하게 된다. 간헐적 단식에서 자주 언급되는 중요한 세포내 신호전달 경로로 mTOR 경로가 있는데, 여기서 mTOR 는 경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의 이름이다. 세포는 주변 환경에 따라 에너지를 1) 세포의 성장/분열에 사용하기도 하고, 2) 세포내 결함을 제거하거나 스트레스에 저항하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mTOR 유전자가 활성일 경우 (즉, mTOR 단백질을 생산하고, mTOR 신호 경로를 활성화) 세포는 1)번, 즉 성장하고 분열하는데 에너지를 사용한다. (따라서 mTOR 신호 경로는 세포분열이 폭발적인 대부분의 암조직에서 높게 활성화 되어있다고 한다) mTOR 유전자가 비활성일 경우에 세포는 2)번 모드에 돌입한다. 또 다른 신호전달경로로 AMPK 가 언급되는데, AMPK 는 mTOR 경로에 브레이크를 거는 신호전달경로이다. AMPK 경로가 활성화 되면, 세포의 분열/성장 대신 지방 분해 또는 자가포식에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mTOR 신호 전달경로에 더불에 알아야 할 개념은, 2016년 노벨 생리의학상에 빛나는 '자가포식' (오토파지, Autophagy) 이다. 자가포식이란 세포 스스로 내부의 불필요한/또는 불량 단백질 등을 청소(분해)하고 재활용하는 세포의 활동을 말한다 ('디톡스'라 할 수 있겠다). mTOR 유전자가 비활성일 때 세포는 자가포식 모드에 돌입한다. 

오토파지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mTOR 는 탄수화물과 단백질에서 동력을 얻는다. 따라서 단식이 이어질 경우 mTOR 는 더이상 동력을 얻지 못하게 되어 비활성화되고 세포는 자가포식 모드에 돌입하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단식은 수명에 연관된 유전자로 알려진 시르투인 (Sirtuins) 유전자 (특히 시르투인 1 & 3)의 활성을 유도한다. 시르투인은 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을 비활성화 시키는 반면, 새로운 미토콘드리아 (세포내에서 에너지 생산 담당 기관) 합성, 세포내 독성물질인 활성산소 (ROS) 청소 등에 관여하는 단백질들을 활성화 시킨다. 마지막으로, 단식은 케톤바디 (Keton body) 합성을 유도하는데, 이 케톤 바디를 이해하면 단식이 어떻게 치매 예방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아래에서 다시 설명. 

그렇다면 몇 시간동안 단식을 해야 위에서 언급된 '세포 청소' 또는 '디톡스' 의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위에 링크된 글에서는 여섯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1) 금식 시작 후 첫 12 시간: 간에서 케토시스 (케톤 바디의 합성) 가 시작된다. 평상시 인체는 에너지 생산을 위해 당 (글루코스, Glucose) 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단식으로 인해 사용 가능한 글루코스 양이 줄어들면, 대체 에너지원으로서 케톤 바디를 합성하는데, 케톤바디는 뇌를 포함한 다양한 장기에서 에너지 생산에 사용된다. 글루코스 대비 케톤바디 기반의 에너지 대사 과정은 더 적은 염증유발 물질을 배출한다.    

2) ~18 시간: 상당량의 케톤 바디가 생성되어 혈중 케톤 바디 농도가 상승한다. 혈중 케톤 바디 농도가 상승하면, 케톤은 호르몬과 같은 신호전달 물질로서 작용 가능하다. 이를테면 염증을 줄이거나 손상 유전자를 수리하는 신호전달경로에 관여할 수 있다. 케토시스에 더불어, 이 단계에서 본격적 지방 연소 모드가 시작된다. 

3) ~24 시간: 본격적으로 자가포식이 시작된다. 즉 세포들은 오래되거나 불량인 세포 구성성분을 분해 및 재활용한다. 뇌조직에 있는 세포들은 이 때 알츠하이머 등의 뇌질환에 관여된 이상 단백질들을 분해한다. 알츠하이머의 원인중 하나로 아밀로이드 등 이상 단백질의 축적이 꼽히는만큼, 뇌에서 일어나는 자가포식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은 꽤 타당성이 있어보인다.  

4) ~48 시간: 성장호르몬 농도가 평상시 대비 5배 까지 증가 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성장호르몬은 제지방근육량 (lean muscle mass) 의 유지를 돕고 지방의 축적을 줄인다. 또한, 수명 및 상처회복, 심혈관 건강에도 긍정적 역할을 한다는 보고가 있다. 단식에 의한 성장호르몬 분비는 케톤바디 및 공복호르몬 (Ghrelin, 그렐린) 에 의해 촉진된다.  

5) ~54 시간: 인슐린 (혈당 조절 호르몬) 이 가장 낮은 레벨에 도달한다. 혈중 인슐린 농도가 낮으면, 인슐린 신호전달 활성이 줄어들고, mTOR 활성도 감소하게 된다. 그에 따라 자가포식이 활성화되고, 염증은 낮아지며, 결과적으로 인체를 암 등 노화 관련 질병으로부터 보호한다. 

6) ~72 시간: 늙은 면역세포들을 분해하고 새로운 면역세포를 생산한다. 이때 성장인자 IGF-1 농도가 낮아지며 이는 세포의 성장모드를 비활성화 하는데 기여한다. 또다른 신호전달 단백질 PKA의 활성 또한 낮아지는데, PKA 는 mTOR 신호전달 활성화에 기여하는 단백질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mTOR 를 비활성화하게 된다. (i.e.세포 성장 모드 off, 디톡스 모드 on) 단식 중 카페인을 과량 섭취하게 되면 PKA 를 활성화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감소된 IGF-1과 PKA 농도는 혈액내 존재하는 줄기세포의 재생 및 스트레스 저항성 향상을 돕기도 하며, 항암 치료 (ChemoTherapy)를 받는 암환자에서 건강한 백혈구수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결과적으로 단식은 체중감량 뿐 아니라 체내독성물질 제거, 만성 질환 예방, 노화 방지 등 많은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72 시간 이상의 장기 단식은 사람에 따라 무리가 올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의 후 시도할 것을 추천한단다. 이러한 단식에 의한 체내 변화, 그리고 치매예방 효과 등을 더 자세히 이해하려면 '케톤 바디' 및 '케토시스' 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해 보인다. 이 부분은 다음 포스팅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