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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르지만 맛있는 커피는 먹고싶은 사람에게 딱인 커피메이커, 모카포트! (Bialetti Moka)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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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르지만 맛있는 커피는 먹고싶은 사람에게 딱인 커피메이커, 모카포트! (Bialetti Moka)

헤이코조 2020. 3. 7. 03:35

비알레띠 모카 비너스 (Bialetti Moka Venus, 에스프레소 커피 메이커) 

 

2년 넘게 매일 적어도 한번 이상씩 사용하는 커피 메이커, 모카 포트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스무살때 처음 바닐라라떼로 시작한 나의 커피 사랑은 라떼를 거쳐 아메리카노에 정착했다. 

매일 한두잔씩 몇 년 마시다 보니, 커피 맛에 대한 취향이 생기기 시작했고, 더 맛있는 커피를 자주 마시고자 다양한 원두와 커피메이커를 찾아 나서기에 이르렀다. 

모카포트는 2017년 겨울 이탈리아 로마 여행때 마셨던 에스프레소에 반해버려 길에 보이는 '비알레띠' (비알레띠의 존재는 스위스에 살면서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샵에 들어가 충동적으로 사게 되었다. 

모카포트로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원리는 간단하다. 보일러에 물을 채우고, 바스켓을 끼우고, 바스켓에 커피를 채우고 리시버를 합체한다. 이를 중강불 정도에서 가열하면 보일러에서 생겨난 증기가 커피층을 지나 리시버 가운데 기둥처럼 나와있는 관을 따라 가면서 다시 액체 (커피) 로 변하고 이것이 관 끝에 구멍으로 나와 리시버에 모이게 된다.  

기본적으로 알루미늄 모델 (비알레띠 모카 익스프레스, Moka express) 이 널리 알려져있고 사용되고 있지만, 나는 아직 논쟁중인 알루미늄의 치매 유발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어 안전한 스테인레스 스틸 (일명 스뎅) 모델인 비너스로 골랐다. 나중에 찾아보니 알루미늄이 열 전도도가 높아서 맛이 다르다 (더 낫다)는 둥 하는 이야기도 있지만, 후에 동일 원두로 내려본 결과 보통사람에게는 큰 차이가 없는것 같다. 무엇보다 비너스모델은 알루미늄 대비 엄청난 장점이 있는데, 바로 사용 후 바로 세척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알루미늄은 부식에 약해서 사용후 바로바로 씻어줘야 하는데, 사용 직후에는 또 포트가 너무 뜨거워서 식을때까지 기다렸다가 씻어야 한다. 내가 커피를 내리는 시점은 보통 출근 전인데, 매일 커피를 내리고 바로 세척해야만하는 의무가 있었다면 모카포트를 이렇게까지 자주 사용하지 않았을것 같다. 이런 점에서 나같은 귀차니스트에게 비알레띠 모카 비너스 모델은 정말 빛과 소금 같은 존재다. 

또한, 이것은 비너스모델과 모카 익스프레스 (알루미늄) 둘다에 해당되는 얘기지만, 세척시 세제를 사용하지 않고 물로 간단히 헹궈주기만 하면 된다!! 사용할수록 커피 기름이 포트에 코팅이 되는데 이것이 커피 맛을 더 좋게 만들어준다고 한다. 실제로 2년정도 물세척만 하면서 사용하고 있는데 여전히 커피맛이 일정하고 맛있다. 

처음 모카포트를 사면서 초기 사용까지 몇가지 고민이 됐던 부분이 있는데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모델과 크기: 위에 썼듯이 모델을 선택해야 한다. 나는 일종의 알루미늄 공포증이 있던 터라 큰 고민없이 비너스 라인을 골랐고, 이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고 아직까지 확신한다 (안정성 및 세척 면에서!) 크기는 1-2인용부터 12인용까지 매우 다양한데, 나는 혼자 마실때 1-2인용으로 한번 내리면 약간 아쉬운 느낌이 들고, 3-4인용으로 한번 내리면 남기게 된다. (현재 가진 크기가 이 두개 뿐) 2-3인용으로 내리면 진한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내 기준 한잔 나올 것 같다. (어쩔수 없이 한개 더 사야하나)  

2) 세척: 처음 사용 시 세척을 해야하는데, 설명서에 따르면 오래된 원두가루로 (새 원두는 아까우니까) 두세번 정도 내리는 것이다. 이후 세척은 물로 헹궈주기만 하면 되는데 나는 사용기간동안 1/3정도는 아침에 내리고 퇴근후 세척했고, 나머지는 마시고 샤워하고 세척했던것 같다. 가끔 커피맛이 만족스럽지 않을때가 있는데, 이럴때 커피 없이 물만 넣고 한번 내리면 '잡맛' 이 사라진다. 

3) 안전: 아무래도 압력이 어느정도 걸리는 과정이다보니 혹시 터지진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진한 커피맛을 선호해서 나중에 커피케익 (커피 내린 후 물먹은 커피가루)을 꺼내기 힘들 정도로 커피를 꽉꽉 채워서도 돌려봤는데, 최악의 경우 커피가 위 (리시버) 로 나오지 않고 리시버-보일러 사이 연결부위 또는 보일러의 압력조절밸브로 샐 수 있으나 터지진않는다. 휴  

4) 커피 굵기: 커피굵기는 커피맛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나는 그라인더가 있어서 커피 굵기를 여러모로 시도해 봤는데 (커피 맛이 그라인더 성능에도 영향을 받아서, 커피 굵기를 최종 결정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처음엔 모카포트용으로 갈아져 나온 커피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탈리아산 모카포트용 그라운드 커피 알갱이 크기를 보면 설탕의 1/2~1/3 정도 되는것 같다. 이 사이즈로 내가 기존에 마시던 원두도 갈아서 내려봤는데 만족할만 하다. 

5) 커피의 양: 초반에 진한 커피를 먹고싶어서 무리하게 커피를 바스켓에 꽉꽉 채우고, 심지어 약간의 탭핑까지 했는데, 결론적으로는 적당량을 넣어서 추출하는 것이 바람직한것 같다. (아직도 탭핑에 미련이 조금 남았다..) 커피가 바스켔에 꽉 차있으면 압이 너무 높아서 나중에 추출되는 커피 양이 적은데 (따라서 맛이 더 진한건 맞다), 나는 결국 물을 타서 아메리카노로 마시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맛의 차이가 크지 않다. 커피를 바스켓에 적당히 채우면 추출도 빨리 되고, 추출양도 많고 나중에 세척도 편하다. 3-4 인용 기준 20g (사진은 21g 인데 조금 많이 넣은 편), 1-2 인용 기준 10-12g 정도 넣는다. 

6) 물의 양: 물의 양은 보일러 내 압력밸브가 반정도 잠길정도 넣는것이 일반적- (물을 적게 넣으면 물론 더 진한 커피가 나올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최종 커피맛에 엄청난 영향을 주진 않는것 같다)

7) 필터관리: 마지막으로 모카포트의 유일한 소모부품은 바로 보일러와 리시버 사이의 필터+고무인데, 이부분이 마모되면 압이 새서 커피 추출이 안된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 포트를 살때 여분의 필터를 같이 샀는데, 아직까지 필터 교체 없이 잘 쓰고 있다. (1-2인용을 1년정도 쓰다가 3-4인용으로 갈아탔으니, 적어도 각각 300번 이상씩은 내린것 같다) 

8) 맛: 일단 이탈리아 사람들이 먹듯이 추출된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넣고 마시면 정말 정말 맛있는 디저트 커피가 된다!! 나는 단커피를 선호하지 않아 보통은 물로 반정도 희석시켜서 먹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원두를 사용하기 때문에 웬만한 체인점 커피 (스타벅스 아메 포함)보다 맛있다!!!!!!!

총평: 고압 에스프레소머신에 비해서는 추출압도 낮고 맛도 약간은 부족하나, 좋아하는 원두를 선택해서 내릴경우 집에서 훌륭한 커피맛을 낼수 있다. 가격/관리의 수월함을 생각했을때 앞으로도 쭈욱 매일매일 사용할것 같은 아이템!